인터뷰
2025-06-16
김동호 메가존클라우드 부사장, “AI를 지탱할 수 있는 연산 인프라, 양자는 그 '인프라의 인프라'가 될 것!”

칩 설계에서 시작된 한 기술자의 경력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기술을 다루고 그 한계를 직접 경험하며, 이제 산업 전체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확장됐다. 기술을 단지 개발하거나 시험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온 발걸음이었다.
김동호 메가존클라우드 부사장은 LG전자, 미국 실리콘밸리, 다시 한국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수십 년간 컴퓨팅 기술의 발전을 현장에서 경험해 온 인물이다.
그는 칩 하나를 설계할 때부터 산업의 방향을 고민했고, 점점 복잡해지는 연산 요구와 시스템 한계 속에서 '이제는 새로운 계산 방식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감각을 먼저 체감했다. 그는 기존의 기술이 한계에 부딪힌 지점을 누구보다 먼저 체감했고, 그 대안으로 양자컴퓨팅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단순한 기술 구현에 머물지 않았다. '기술은 돌아가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장비나 코드보다, 그 기술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기술이 실제 산업 속에서 돌아가야 한다는 믿음 아래, 그는 '돌릴 수 있는 기술'을 만들기 위한 판을 하나씩 준비해왔다.
그의 커리어는 LG전자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연구개발 인력으로 첫 발을 내디디며 시작됐다. 대학원에서 시그널 프로세싱을 전공하며, 그는 당시로서는 최첨단이었던 HDTV 프로토타입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던 시절, 신호를 정제하고 표현하는 기술의 복잡성을 실무로 체득한 경험은 이후 그의 경로를 결정지었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었어요. 뭔가 만드는 게, 실제로 돌아가는 걸 보는 게 좋았죠." 그는 기술자라는 정체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 시절을 그렇게 회상했다. 이후 연구자로서의 호기심을 좇아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UT Austin)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칩 디자인이었다.
미국 현지에서 그는 인텔 등과 협업하며 약 9년간 다양한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실무자로 일했다. 수백 개의 노드와 트랜지스터들이 연결된 복잡한 회로 구조 속에서, 어떻게 더 빠르게 연산하고, 더 적은 에너지로 처리할지를 고민했다. "칩 하나를 설계할 때마다 결국은 시스템 전체의 구조를 생각해야 했어요. 단순히 빠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돌아가느냐가 문제였죠."
이후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LG전자에 재합류했고, CPU와 GPU는 물론 스마트폰용 AP, 인공지능 전용 칩 등 다양한 칩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시 그는 인공지능(AI) 연산에 특화된 구조 설계까지 경험하며, 단순한 설계 엔지니어를 넘어 시스템 전체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기술자이자 기획자로 성장해 있었다. 칩 하나를 넘어서 전체 플랫폼을 보는 시야가 열리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기술의 한계를 먼저 체감한 것도 그였다. "칩이 결국은 계속 미세공정 쪽으로 가는데, 어느 순간은 이게 더 이상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그는 칩 설계자로서 전력 문제, 발열 문제, 공정 한계 등을 누구보다 먼저 목격했다. 연산 성능은 높아지지만, 전력과 에너지 효율은 정체되고 있었다. "계산은 점점 복잡해지고, 데이터는 쏟아지는데, 실리콘으로는 이걸 감당 못한다는 게 회사 내부에서도 인식되기 시작했어요."
그는 기존 기술로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분명히 보이기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AI 연산이 증가하고, 시스템이 복잡해지며 기존 칩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속출했다. “계산의 복잡도, 그러니까 curse of dimensionality(차원의 저주) 같은 문제들이 있어요. 노드가 수백 개, 수천 개가 되면 단순 연결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복잡성으로 가거든요.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너무 명확했어요.”
이런 인식 아래, 그는 팀 내부에서 먼저 새로운 방식의 연산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결국 양자컴퓨팅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처음엔 동료들조차 "이건 우리가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저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LG전자 내 양자TF였고, 이후 AI연구소 산하의 정식 양자컴퓨팅 팀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양자가 정답이라고 확신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그곳에 있다는 직감은 분명했다. 그렇게 그는 새로운 방식의 계산, 새로운 연산 체계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이후 양자컴퓨팅에 대한 본격적인 탐색과 실험을 시작하게 된다.
양자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김동호 부사장은 솔직히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때만 해도 물리학자들만 알던 기술이었고,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느꼈어요." 실제로 LG 내부에서 일본 고문을 초청해 양자컴퓨팅 관련 세미나를 열었을 때, 영어 발표와 생소한 개념이 겹쳐 20여 명의 참석자 중 이해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 "알고리즘 쪽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분들이었는데, 아무도 이해를 못 하셨죠."
하지만 그는 이 낯선 기술에 대해 오히려 흥미를 느꼈다. 처음엔 생소했지만 점차 양자컴퓨팅이 가진 근본적인 계산 방식의 차이, 기존 컴퓨팅과는 전혀 다른 개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고, “인류가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궁극의 컴퓨팅 능력”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결국 그는 끝까지 이 주제를 파고들었고, 팀 내에서 정식 TF를 만들고, 인공지능연구소 산하 정식 양자컴퓨팅 조직을 구성하는 데까지 이끌었다.
이후 포스코홀딩스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는 마찬가지로 양자 R&D팀을 직접 구성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일은 단순히 기술만 안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내부 설득, 문제 발굴, 인재 구성, 기술 목표 설정까지 전부 처음부터 다시 짜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때는 거의 혼자 시작했어요. 팀도 없었고, 관련 인력도 전무한 상태였죠”라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기존의 기술자들과 달리,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부터가 달랐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있어요. 그걸 먼저 찾는 게 시작입니다. 문제를 잡아야 팀을 만들 수 있고, 기술도 거기서 의미가 생기는 거거든요.” 그는 문제를 중심으로 팀을 설계하고, 그 팀을 중심으로 기술을 설계했다. 기술 중심이 아니라 과제 중심의 기술 운영. 이는 기술자의 사고에서 설계자의 사고로의 전환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그는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이 다뤄질 구조와 조건, 그리고 문제 정의 자체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기술자에서 전략가로, 실행자에서 기획자로, 김동호라는 이름의 궤적이 확연히 달라지는 전환점이었다.
메가존클라우드에 합류한 이후 그는 그동안의 기술적 경험을 실질적인 시장 서비스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큐비트 연산만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기업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양자 기술을 묶어냈다. 그는 “그냥 컴퓨팅만 제공하면 사실 앙꼬 없는 찐빵이에요. 거기에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이 붙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양자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남고 싶지 않았다. “계산만 돌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근데 고객이 진짜 원하는 건 그 계산으로 뭘 할 수 있느냐예요. 연산 속도만 빠르면 뭐합니까. 그걸로 리스크를 줄이든, 공정을 최적화하든,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죠.” 실제로 그는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들에게 단순한 기술 설명보다 ‘당신 회사에 지금 필요한 계산이 뭔지부터 알려주겠다’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기술 공급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파트너가 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술은 결국 돌아가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돌아가려면 그냥 기술이 아니라 문제 중심으로 구성돼야 해요." 그는 지금도 새로운 고객과 만날 때마다, 기술 소개보다 먼저 '무슨 문제가 있느냐'를 묻는다고 말했다.
메가존은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닌, 산업에 바로 적용 가능한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추구한다. 단순히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 계약과 서비스, 매출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증명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동호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양자 기술을 가진 기업은 여럿 있지만, 양자 클라우드로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걸 해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메가존은 국내 6개 기업, 일본 2개 기관과 정식 계약을 맺고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기술 보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시장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제 지표라고 강조한다. “기술은 실험실이 아니라 시장에서 말해야 해요. 진짜 기술은 돌려봤을 때 드러나는 겁니다.” 김 부사장은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기술이 시장에서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메가존클라우드는 다양한 기술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김동호 부사장이 모든 솔루션을 직접 숙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솔직히 메가존이 다루는 기술 분야가 너무 많아요. 클라우드만 해도 멀티, 하이브리드, AI에 보안까지 다 엮여 있고, 각 영역마다 수십 개의 서비스가 돌아가고 있거든요”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최근 메가존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0개 기업만 획득한 스노우플레이크의 '엘리트 파트너' 자격이나, 도쿄에서 열린 'SusHi Tech'에서 수상한 'Outstanding Ambassador' 선정과 같은 성과는 자신이 직접 관여한 분야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 건 제가 다 알 수 없어요. 저도 공부해서 나중에 알게 돼요. 홍보팀이 더 잘 압니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특히, 눈에 띄는 성과는 서울대학교와의 협업이다. 서울대 내부 연구팀이 개발한 양자 에뮬레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스핀오프된 기업 '큐비스텍(QubiStack, 구 Quents)'과 함께, 메가존클라우드는 42큐빗 수준의 고성능 에뮬레이터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는 기존 상용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거의 사례가 없는 성과로, AWS 상에서 해당 실험이 무리 없이 작동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김동호 부사장은 이를 “양자 에뮬레이터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고 표현하며, 이 기술이 연구와 산업 사이를 이어주는 현실적인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자 에뮬레이터의 강점으로 정확도와 비용 두 가지를 꼽았다. “진짜 양자컴퓨터는 아직 비싸고, 피델리티(Fidelity) 문제도 있어요. 근데 이건 정확도가 1이고, 비용도 훨씬 저렴하죠.” 실제로 그는 이 기술이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지금 당장 양자를 써보고 싶은 기업에겐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켄츠와의 협업은 단순히 파일럿 테스트에 그치지 않고, 상용화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본격적인 제품화를 추진 중이다. 김 부사장은 “연산 환경을 꾸준히 써볼 수 있어야 산업화가 됩니다. 그런 면에서 이건 진짜 판을 만들어주는 기술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AI와 양자를 별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커질수록 양자가 반드시 필요해진다고 말한다. "AI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어요. 그런데 그 AI를 지탱할 수 있는 연산 인프라가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겁니다. 저는 양자가 바로 그 '인프라의 인프라'가 될 거라고 봅니다."
초거대 AI 모델은 연산량과 에너지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그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예로 들며 “이제는 AI 하나 돌리려면 발전소 하나 지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와요”라고 했다. 특히, 최근에는 AI 학습이나 추론에 필요한 모델이 너무 커지면서, 전력 인프라 확보가 기술보다 더 큰 과제가 되는 상황까지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양자컴퓨팅은 이러한 문제에 정면으로 응답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그는 본다. 같은 장비 규모에서도 큐비트 수 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연산력이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통적 시스템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전력 걱정하면서 AI를 굴리는 시대에는, 양자컴퓨팅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도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결국 양자는 AI를 지탱하는 하부 인프라를 넘어, 산업 전체의 기반을 구성하는 핵심 기술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AI가 산업의 표면이라면, 양자는 그 표면을 떠받치는 지하 기반'이라는 비유처럼, 그는 두 기술을 병렬이 아닌 수직적 관계로 본다. 기술 자체보다 그것이 실제로 '돌 수 있는가', 즉 산업 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계산 환경이 가능한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실제 산업에서 AI와 양자가 함께 쓰이는 사례로 금융, 공정 최적화, 시뮬레이션 등을 들며, 이 두 기술이 맞물리는 지점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리스크 예측 같은 경우는 계산량이 엄청나게 많고, 실시간 대응이 중요한 영역이에요. 양자가 여기서 실제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죠.” 그는 또한 제조나 물류에서의 공정 최적화 문제, 도시 교통 시뮬레이션 등 복잡한 수치 계산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AI와 양자가 자연스럽게 결합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AI로는 단순하게 예측만 했다면, 양자가 붙으면 더 빠르고 복잡한 계산을 현실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어요. 서로 다른 접근인데,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다루는 방식이죠.” 그는 산업 현장에서 AI가 표면을 읽고, 양자가 그 안의 구조를 계산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동호 부사장은 양자기술의 진짜 시작은 지금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기술이 있어도 돌아가는 판이 없었고, 실험조차 할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었다. "예전엔 기술은 있었지만, 어디서 돌려볼 수 있는 판이 없었어요. 시스템도, 파트너도, 돈도 없었죠. 그래서 다들 말만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고 그는 말한다. 양자 연산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클라우드 환경이 열리고 있고, 실제로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과 기관들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그는 메가존클라우드를 통해 테라퀀텀, AWS, 아이온큐(IonQ) 등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계화하고 있으며, 한국 양자 생태계 안에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가고 있다. 각 파트너는 하드웨어, 알고리즘, 클라우드 플랫폼 등 각기 다른 영역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 기술 실증과 산업 접목의 가능성을 빠르게 실험해볼 수 있는 구조다. "우리끼리만 해봤자 의미 없어요. 돌려보고, 써보고, 그걸로 뭐가 되는지까지 봐야 진짜 기술입니다."
특히, 그는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고 있어, 긴 호흡의 기술 투자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특허와 실험을 선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경고에 가까운 메시지를 던졌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뒤에서 아무리 따라가도 특허는 다 선점당해 있을 거예요. 나중엔 기술보다 특허가 더 큰 벽이 됩니다."
그에게 양자컴퓨팅은 단순한 기술의 한 갈래가 아니다. “기존 팀이 '이건 못 푼다'고 손 뗀 문제들을 가져오는 게 출발점이었어요. 누군가 그걸 맡아야 전체가 움직이거든요.” 그는 기존의 해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과제를 기회로 바꾸는 감각을 기술보다 앞에 둔다. 기술은 그 감각을 실행 가능한 형태로 옮기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런 문제를 실제로 풀기 시작하면, 조직 내부의 반응도 달라진다.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원래 그걸 맡고 있던 팀도 자극을 받아요. 기술적으로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까요.” 그렇게 내부 경쟁과 자극이 순환되기 시작하면, 회사 전체의 기술 수준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자의 본질적 가치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양자컴퓨팅은 계산 속도가 빠른 게 핵심이 아니에요. 기존 계산방식으로는 손대기 어려운 문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거죠.”
김동호 부사장은 끝까지 밀고 나갈 사람만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건 정말 오래 걸리는 기술이에요. 중간에 포기하면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기술은 결국 돌아가야 하고, 산업에 스며들어야 하며, 누군가는 그 판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그는 지금,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양자컴퓨팅이라는 거대한 기술의 전환기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겪고, 실제 산업으로 가져오려는 사람. 김동호 부사장이 해온 일의 핵심은 복잡한 계산을 더 빨리, 더 싸게 돌리는 것을 넘어, '쓸 수 있는 기술'로 만드는 데 있다. 산업은 말이 아닌 계산으로 움직이고, 기술은 논문이 아니라 계약서와 실행에서 증명된다.
김 부사장이 강조하는 '돌아가는 기술'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매일같이 현장에서 기업들의 문제를 듣고, 그것을 양자 기술로 풀어낼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기술을 설계하고, 팀을 만들고, 시장을 설득해온 그 시간들이 쌓여 이제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기술은 혼자서는 돌아가지 않는다. 연결되고, 반복되고, 실제로 쓰여야 한다. 김동호 부사장은 그 순환의 첫 고리를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오래, 묵묵히, 그리고 집요하게 움직여왔다. 그리고 지금, 그 기술이 산업 속에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기사 출처: 양자신문